
요즘 다시 걷기 여행의 매력에 빠져버렸어요. 올해만 제주 올레길 다섯 개 코스와 성안올레를 완주하며, 인플루언서로 활동하면서 스팟 위주로 여행하던 시간을 뒤로 하고 진정한 제주의 여유를 만끽하고 싶었거든요. 오늘은 함덕 서우봉 해변에서 시작해 조천 만세동산까지 이어진 제주 올레길 19코스의 일부를 소개할게요.
1. 코스 개요
제주 올레길 19코스는 바다와 오름, 곶자왈, 마을, 밭 등 제주의 다채로운 풍경을 한눈에 담아낼 수 있는 코스입니다.
- 총 길이: 19.4km
- 소요시간: 약 6~7시간
- 난이도: ★★☆
제가 택한 구간은 함덕 서우봉 해변에서 조천 만세동산까지 약 7km로, 전체 코스의 아름다운 풍경을 집약적으로 느낄 수 있는 길이었어요.
2. 함덕 서우봉 해변
함덕 서우봉 해변에 도착하자마자 눈앞에 펼쳐진 에메랄드빛 바다가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하늘과 바다가 어우러져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았어요.
그날따라 함덕 서우봉은 특히나 아름답게 보였는데, 파도가 거의 없어 잔잔한 호수 같은 모습이었습니다. 이런 풍경 속에서 사진 한 장 남기지 않을 수 없었죠.
서우봉을 바라보며 문득 눈에 띈 것은 노란 유채꽃의 부재였습니다. 유채꽃이 없다니 약간 아쉬움이 남았지만, 그 대신 새들이 앉아 있는 방파제와 그림 같은 해양 장식품들이 걷는 재미를 더해줬어요.
해변 끝의 작은 항구는 물이 고요하게 거울처럼 반사되는 모습으로 제게 평온함을 선사했습니다.
3. 농로와 신흥리
해변을 벗어나 한적한 시골 농로로 접어들었을 때, 농촌의 평온함이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었습니다.
마늘밭과 양파밭이 펼쳐진 모습은 마치 제주의 전형적인 풍경을 보여주는 듯했어요.
신흥리에 이르러 다시 바다를 만나니, 이날의 바다 풍경은 또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방사탑이 있는 해변은 독특한 아름다움을 더했죠.
그런데 여행 중 주의해야 할 팁이 하나 있어요. 숲길이나 들판을 걷다 보면 화장실을 발견하기 어려울 수 있으니, 중간에 화장실을 만날 때마다 들러주세요. 특히 이날처럼 비가 갑자기 내리는 경우에는 더욱 그렇습니다.
신흥리에서 갑작스러운 비로 정자에서 잠시 머물며 기다려야 했던 순간, 미리미리 화장실을 이용하길 천만다행이었어요.
4. 제주항일기념관, 조천 만세동산
비가 그친 후 조천 만세동산으로 향하니, 제주항일기념관이 코스의 종착지로 우릴 맞이했습니다.
기념관 안에서는 어린이들이 태극기를 들고 기념컷을 남기는 모습이 참 감동적이었어요.
이곳은 일제강점기 제주의 독립 운동 역사와 그 속에서 희생된 분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었는데, 전시물 하나하나가 가슴을 울렸습니다.
특히 일제 경찰의 고문 장면은 마음이 아프게 만들었어요.
조천 만세동산에서 잠시 묵념 후, 긴 여정을 마무리했습니다. 몸은 지쳤지만 가슴속에는 소중한 추억이 남았죠.
5. 점심 식사
오후 늦게 도착한 조천 만세동산에서 굶주린 배를 달래기 위해 근처 청국장집을 찾았어요.
예상보다 일찍 문을 닫은 해장국집 대신, 청국장집의 청국장과 순두부찌개는 완벽한 피로 회복 음식이었습니다.
순두부찌개의 부드러운 맛과 청국장의 깊은 풍미는 지친 여행길을 위로하듯했어요.
함덕 서우봉 해변에서 조천 만세동산까지의 올레길 19코스는 바다, 농촌 풍경, 그리고 역사적 의미가 어우러진 아름다운 여정이었습니다. 걷는 동안 만난 모든 순간들이 제주의 진정한 매력을 전해주었죠. 다음 여정을 향해 또 한 발 나아가봅니다.